가상의 페미니스트 아티스트 레지던시를 위한 안전망
<가상의 페미니스트 아티스트 레지던시>는 가부장제 자본주의 사회 내 페미니스트 아티스트에게 여전히 부족한 안전망과 연대의 불안정성, 그리고 수도권 중심 정책의 소외에 대항하고, 발화하는 장소입니다. 이때 ‘가상’은 실질적 네트워크를 마련하고, 현실 내 불가능한 지점을 과감하게 전복할 수 있는 서사이며, 창작 공간만의 기능이 아닌 거주, 생존, 생태, 죽음 등의 담론을 언급할 수 있는 미래 시제이기도 합니다. 이러한 시•공간은 공생과 연대가 가진 이상화된 환상이나, 표백된 유토피아적 안전이 아니라 지역-여성-예술-삶의 얽히고설킨 이해관계의 충돌을 가시화하고 풀어가는 과정이자 여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를 위해 노뉴워크와 부산ㆍ전주의 문화예술 반성폭력 연대 활동가이자 예술인, 그리고 탈-성장과 생태 감수성을 기록해온 예술인이 모여 ‘일시적 정치 공동체’를 시도하고자 합니다.
일시적 머무름의 형태로 형성되는 관계망과 공동체의 안전을 위한 약속은 중요합니다. 우리는 창작과 연대가 일어나는 장으로서의 레지던시란 점거지를 상상합니다. 이를테면 왜 레지던시 공간에 입주 작가와 함께 살아가는 어린이나 반려동물은 머물 수 없는지, 그리고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분리되어 창작해야만 하는지, 또 인종과 국적은 고려되지만 성적 지향은 고려되지 않는지 등의 질문을 나누며 배제와 소외가 없는 예술 창작 환경을 위한 안전망을 구성하고자 합니다. 약속은 구성원 사이의 경험과 배경의 차이, 때로는 위계의 위험에 대한 예민함을 잊지 않으며 수정과 재합의를 거쳐 변형됩니다. 그리고 구성원의 정체성과 변화뿐만 아니라, 초대된 관객 스스로 안전망에 참여하고 안전망이 확장될 수 있도록 열어두고자 합니다. 우리가 직조한 이 안전망은 문화예술계 미투 이후 창작 환경과 지원 제도 속에서 반-성폭력의 기반을 만들어온 운동의 연장선에서 흔들리고 접촉하며 이어지기를 희망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