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7월 16일. 나는 무지개빈대떡이 되어서 집에 돌아왔다.
코로나19 동안 멈췄던 축제와 광장이 돌아온 게 기뻐서 비를 흠뻑 맞으며 행진했기 때문이다. 서울퀴어문화축제를 내년부터는 매년 오지 않아도 되겠다고 생각했는데… 아뿔싸! 그다음 해부터 전 세계 규모의 전염병이 돌 줄 누가 알았을까. 전염병이라는 위기 아래 사람들 간의 접촉이 가져오는 힘이 무시되고, 방역을 앞세워 권리와 존엄을 또다시 침해하는 걸 목격해도 집회와 시위를 하기 어려웠던 시간이었다. 아프고 싶지 않다는 마음을 이해하면서도 통제를 너무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내가 사는 사회가 두렵고 답답했다.
퀴어문화축제가 열리는 광장 안으로 들어오면 몸과 마음이 편안해진다. 내가 무엇을 입었건, 어떤 사람이건 이상하게, 특이하게 보는 게 아니라 그대로 받아들여 준다는 느낌을 강하게 받는다. 퍼레이드는 이 축제의 핵심으로 올해에는 퍼레이드가 시작되자마자 세찬 비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예상치 못한 비에 대비하지 못한 나와 비슷한 사람들이 일행이 가져온 우산 하나에 3~5명이 달라붙어서 행진하기 위해 기다렸다. 사람들 간의 점점 좁아지는 거리로 인해 우산 끝에 맺힌 빗물이 앞뒤 사람에 튀고, 우산조차 없는 이들이 펼친 외투로 빗물이 줄줄 흐르는 상황에서 사람들은 비를 피했다기보단 비를 공유하고 있었다.
그러나 긴 기다림 끝에 겨우 밟은 도로 위에 오랜 시간 머물지는 못했다. 바로 내 일행도 몸은 셋이고 우산은 하나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대오에서 빠져나와 잠시 지붕 밑에서 쉬며 흐물흐물해진 피켓을 잘 묻어주고 감기 걸리기 전에 헤어져서 집으로 돌아왔다. 신나게 행진할 때는 신경 쓰지 못했는데 내 가방도 흠뻑 젖어 있었다. 충전기 같은 전기 관련 용품은 재빨리 꺼내서 닦고 그 외 물건을 살펴보니 손으로 쓰겠다는 다짐 하에 들고 다니는 캘린더가 아주 푹 절어있었다. 그날을 기억할 작은 기념물이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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