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시적 개입(서울: 아르코 미술관, 2022)

아르코미술관 주제기획전《일시적 개입 / Local in the Making》 팬데믹 시기 로컬리티에 대한 새로운 인식의 전환을 계기로, 고정되고 견고한 로컬 개념이 아닌 문화 다양성을 토대로 사회적 관계들이 교차하며 변형, 생성되는 하나의 과정으로서의 로컬리티를 재사유하고자 한다. 국가나 행정구역 중심 정주성을 와해하고, 관광으로 스쳐지나가는 인구가 아니라, 마을과 같은 소규모 단위의 지역사회와 새롭게 형성하는 관계 인구, 생성하는 공동체 등 일시적 소속감에서 비롯한 지역 및 커뮤니티 개입형 예술을 중점적으로 선보인다. 여기에서 로컬리티는 특정 장소 뿐

다정한 침해(서울: 공간:일리, 2021)

재난의 시대에 공생은 지구의 슬로건이 되어 되찾아야 하는 균형과 회복의 이미지로만 기울어진다. 쓸모에 따라 호출되는 먼 과거와 역동하는 미래를 증거로 삼아 균질한 선처럼 상상된다. 공생의 텍스트성은 단절된 경계를 넘는 연결망과 영향력의 범위를 포유류 뿐만 아니라 미생물로까지 넓힐 것을 요구한다. 또한, 생태계 내의 상호작용으로서의 관계 맺기를 보다 폭넓게 인식하기를 요청한다. 린 마굴리스(Lynn Margulis)에 따르면, 인간을 포함한 다세포생물은 다양한 미생물이 여러 가지 이유로 뭉쳐진 존재이다. 즉, 이질적인 존재의 침투와 회유, 협력과 실패

크고 떫게 돌려보기(서울: 스페이스 55, 2019)

여성주의 언어의 사용자들은 자주 이중 구속의 상황에 빠지는 것처럼 보인다. 가령 우리는 어떤 문제에 대해 이야기해야 한다고 느끼지만, 종전의 이야기 방식을 따를 수는 없다. 이유는 발화 방식 자체가 문제의 일부를 구성하고 있기 때문이다. 말의 각축장 한가운데서 말문이 막히는 이 순간은, 정적인 고요함이 아니라 거대한 역동이 시작되는 순간이다. 그 순간을 확대하거나 축소함으로써 거리를 조절하고, 가청 영역 밖의 음향을 불러들이고, 이를 반복하여 접붙이거나 생략과 강조를 통해 주로 ‘재현되지 않는 것’의 측면에서 재구성하는

구부러진 안팎(서울: 탈영역 우정국, 2018)

어릴 적 땅따먹기를 하면 죽 그은 선 사이를 넘나들었다. 그건 하나의 놀이에 불과했지만, 선은 어디든 놓여 있었다. 해야 하는 것과 하지 말아야 하는 것, 할 수 있는 것과 할 수 없는 것 사이에 놓인 선은 어디서든 나타나 나를 붙잡고 어느 한 곳을 선택하기를 요구한다. 여와 남, 늙음과 젊음, ‘비정상’과 ‘정상’, 세계는 두 개의 답 중 한 개의 이름을 가져야만 증명서를 쥐여준다. 그러나 증명서의 무게는 같지 않고, 선택의 바깥은 또 다른

불편한 고리들: 폭력의 예감(서울: 알떼 에고, 2016)

일러스트레이터, 미술작가, 디자이너 등 다양한 영역에서 활동 중인 5명의 작가가 준비한 이번 전시 ≪불편한 고리들: 폭력의 예감≫은 이들의 활동명인 ‘노뉴워크(NO NEW WORK)’의 공식적인 첫 번째 프로젝트이다. ‘시각이미지를 만드는 페미니스트 모임’을 활동 기제로 정하기에 앞서 이 프로젝트가 생기게 된 계기는 여성에게 가해지는 폭력을 둘러싼 각자의 시선을 솔직하게 교환하면서 시작되었다. 여성 폭력의 현장은 그 어떤 사건도 획일적으로 설명되거나 치부되어서는 안 된다. 윤나리 작가는 2015년 3월부터 약 1년 동안 여성에게 가해진 폭력, 성폭력,